교회소식


목회칼럼2021년 01월 10일 칼럼 "추사의 세한도(歲寒圖)"

 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되어 갔을 때 자기에게 끝까지 배신하지 않고 좋은 책과 선물을 보내주었던 제자에게 그려준 작품 이름이 세한도입니다. 천지가 눈에 덮였는데 소나무 두 그루와 잣나무 두 그루, 그 사이에 작은 집이 한 채 있는 그림. 그 집은 텅 빈 것 같고 둥근 구멍만 하나 뚫려있습니다. 자신을 비워버린 채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추사의 마음일련지요.

 세한(歲寒)은 문자적으로 설 전후의 몹시 매서운 추위를 말하면서, 잘 나가다 완전히 쇠락하여 쓸쓸하고 차가운 세태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을 보여줍니다. 멀고 먼 섬으로 유배되자 세상인심 다 변하고 차가워져서 추사에게 엄동설한 같았던 게지요. 그러나 한 사람, 변함없는 의리를 보여주는 제자에게서 ‘추운 겨울이 되고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걸 알게 된다(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)’고 한 ‘논어(論語)’의 글귀를 떠올렸던 것입니다.

 어렵고 힘든 때가 되면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고사를 잘 사용했습니다. 메마른 붓으로 황량한 들판 위 초라한 집과 소나무, 잣나무를 거칠게 그려 넣은 그림엔 ‘김정희의 ‘세한(歲寒)’이 담겨있습니다. 세한은 설을 전후한 혹독한 추위,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말합니다.

 바울의 세한이 기억납니다. “내가 처음 변명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.” (딤후 4:16) 물론 우리 주님의 세한도 있었고요. 함께 먹고 자고 했던 제자 중 하나가 팔아넘겼고 나머지도 한 명 남지 않고 다 도망했고요 홀로 십자가에 달려 죽어 가셨으니까요.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?

 갑작스레 소한(小寒) 때 맞춰 한파경보가 울렸습니다. 꽤나 추워요, 근래 몇 년 영하 20℃ 넘나드는 추위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. 신앙에도 믿음에도 언제든지 세한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입니다. 광야에선 밤에 한기가 거셉니다. 불기둥이 필요한 이유겠지요? 어둡기도 하지만 춥기도 해서 불기둥으로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어요. 광야에서 우리의 세한을 만날 때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이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따듯한 봄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고 싶습니다.